동료가 일 떠넘길 때 대응하는 법: “좋은 사람”을 지키면서도 선은 확실히 긋는 기술

동료가 일을 떠넘길 때 가장 힘든 건 업무량 자체보다도,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질까 봐 생기는 부담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번만 도와주자”로 받아주다가, 어느 순간 그게 당연한 흐름이 되어버리죠. 일 떠넘기기는 보통 노골적인 강요보다 “바쁘지?”, “이거 금방이야”, “네가 더 잘하잖아” 같은 말로 시작됩니다. 이때 기준 없이 받아주면 반복 패턴이 되고, 기준을 세우면 관계가 오히려 정리됩니다.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도 선을 긋는 방식이 있다는 점입니다.

1) 먼저 ‘떠넘기기’인지 ‘협업 요청’인지 구분해야 대응이 깔끔해집니다

모든 부탁이 떠넘기기는 아닙니다. 정말로 급한 상황에서 서로 도와야 할 때도 있고, 역할이 겹치는 업무는 협업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떠넘기기는 특징이 분명합니다. 요청이 반복되고, 긴급함을 핑계로 정리가 없고, 책임은 상대가 가져가지 않으며, 결과물만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료 좀 정리해줘”라고 던져놓고, 어떤 기준인지·언제까지인지·본인은 무엇을 할 건지 없이 사라지면 떠넘기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협업 요청은 맥락과 역할이 같이 옵니다. “내가 A를 맡고, 너는 B만 해주면 될 것 같은데 괜찮아?”처럼 분담 구조가 있고, 마감과 책임이 명확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떠넘기기를 협업으로 착각하면 계속 손해를 보게 되고, 협업 요청을 떠넘기기로 오해하면 팀워크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응의 첫 단추는 감정이 아니라 기준입니다. “이건 협업인가, 떠넘기기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다음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2) “바빠서 못 해요”보다 “우선순위 조정”으로 선을 그어야 관계가 덜 흔들립니다

떠넘기기를 막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거절 사유’를 감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저도 바빠요”, “왜 맨날 저한테만 시켜요”는 맞는 말이어도 논쟁이 되기 쉽습니다. 대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선을 긋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A 업무를 오늘까지 마감해야 해서요. 이건 제가 해드리면 A가 밀리는데, A를 내일로 미뤄도 될까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알게 됩니다. 하나는 당신이 그냥 거절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떠넘기기를 하려면 ‘대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떠넘기기는 공짜일 때 반복됩니다. 내가 받아주면 상대는 편해지고, 당신만 힘들어지는 구조니까요. 우선순위 조정 방식은 그 구조를 깨는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싸우지 않아도 “그 일은 공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3) 떠넘기기 요청에는 ‘3가지 확인 질문’으로 되돌려 보내면 됩니다

떠넘기기를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거절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떠넘기기는 보통 맥락이 빈약하고 책임이 흐립니다. 질문을 받으면 상대가 스스로 정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요청이 약해지거나 사라집니다. 실제로 아래 3가지만 물어도 효과가 큽니다. 첫째, “이 업무의 최종 담당(책임자)은 누구예요?” 둘째, “마감이 정확히 언제까지예요?” 셋째, “완료 기준이 뭐예요? 어느 수준까지 하면 돼요?” 이 질문들은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떠넘기기 구조를 깨는 질문입니다. 상대가 “그냥 대충 빨리”라고 말하면 떠넘기기 확률이 높고, “책임은 네가 가져” 같은 답이 나오면 더 확실하죠. 반대로 상대가 역할과 기준을 명확히 설명한다면 협업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질문은 당신을 까다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일의 품질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프로다운’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쉽게 떠넘기지 못합니다.

4) 그래도 해야 한다면 ‘범위 제한 + 기록’으로 손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는 도와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그때 가장 중요한 건 “전부 다 떠맡지 않는 것”입니다. 할 수 있다면 범위를 제한하세요. 예를 들어 “전체는 제가 어렵고, 30분 정도만 자료 정리까지만 도울게요”처럼 시간 또는 범위를 잘라서 제안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또 하나는 기록입니다. 떠넘기기를 당하면 가장 억울한 순간이, 내가 해줬는데도 내 공이 사라지거나,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나에게 오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게 됐다면 간단히라도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요청하신 자료 중 ○○ 항목만 정리했습니다. 나머지 분석/최종 정리는 담당자 쪽에서 진행 부탁드립니다”처럼 메신저나 메일로 남기면 됩니다. 이 한 줄이 나중에 당신을 보호합니다. 기록은 상대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역할 경계를 문서로 고정하는 것입니다. 떠넘기기는 경계가 흐릴수록 커지고, 경계가 고정될수록 줄어듭니다.

5) 반복되는 떠넘기기는 ‘패턴 차단 문장’으로 습관을 끊어야 합니다

떠넘기기가 반복되는 동료에게는 매번 상황 설명을 길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짧고 일관된 문장으로 패턴을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신 처리하는 건 어렵고, 담당자 쪽에서 정리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문장을 기준처럼 반복하는 겁니다. 또는 “이건 제가 맡은 업무 범위가 아니라서, 요청하실 분에게 먼저 확인해 주세요”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말투가 예의 바르되, 내용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떠넘기는 사람은 ‘한 번 흔들리면’ 계속 밀어붙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같은 문장, 같은 태도로 반복하면 상대는 더 이상 시도해도 얻는 게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할 게 있습니다. 관계가 틀어질까 봐 걱정하지만, 사실 떠넘기기가 계속되는 관계는 이미 건강한 관계가 아닙니다. 내가 선을 긋는 순간 잠깐 어색해질 수는 있어도, 그 어색함이 지나가면 오히려 관계가 정돈됩니다.

6) 마지막 단계: 업무 분장과 우선순위를 ‘팀장/리더’와 공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떠넘기기가 심각하거나, 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끌고 가지 말고 ‘업무 구조’로 올려야 합니다. 이때 핵심은 “저 사람이 나쁘다”가 아니라 “업무 분장이 계속 흔들려서 일정 리스크가 생긴다”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제가 A, B 외에 C까지 같이 처리하면서 제 마감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업무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해주시면 그 기준에 맞춰 진행하겠습니다”처럼 말하면, 감정 싸움이 아니라 관리 이슈가 됩니다. 관리자가 개입할 수 있는 형태로 문제를 전달해야 해결이 빨라집니다. 떠넘기기는 개인 성격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을 때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최종 해결은 ‘R&R(역할과 책임)’을 다시 세우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마무리: 떠넘기기를 막는 건 싸움이 아니라 “기준을 지키는 습관”입니다

동료가 일 떠넘길 때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순위로 선을 긋고, 질문으로 책임을 되돌리고, 필요하면 범위를 제한하고 기록으로 경계를 고정하는 것. 그리고 반복되면 짧고 일관된 문장으로 패턴을 끊는 것. 이 방법을 쓰면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당신의 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일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내 업무 경계를 관리하는 능력”입니다. 오늘부터 한 문장만이라도 기준을 세워보세요. 그 한 번이 다음 달의 스트레스 양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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